이젠 산행에 곤돌라를 이용하는 것이 자연스러워졌다.
유럽알프스에서 비롯된 이 습관은 슬슬 체력에 자신이 없어지기 때문에 생긴 것이다.
하지만 무주 리조트에서 곤돌라를 타기위해 20여분 줄서서 기다리는 것은 별로 즐겁지가 않았다.
설천봉에 올라서 보니 밑에서 기다리뎐 사람들보다 더 많아보이는 인파가 걷는데 걸리적 거릴 정도이다.
하늘은 비구름이 덮고 있어 마음도 안 놓이고 ...
중봉에 도착하니 산오이풀이 비에 젖어 볼품은 없지만 한창이다.
남덕유나 칠연폭포 쪽에서 출발했을 산악회 팀이 연신 중봉을 올라오는데,
남덕유는 짙은 구름장 탓에 보이질 않는다.
계단길을 내려가며 다시 쳐다보지만 남덕유는 그 얼굴을 여전히 보여주지 않고 ...
능선 길 옆으로는 원추리가 아직도 아름다움을 자랑하고 있고 ...
가던 길 되돌아 보니 향적봉이 한참 멀어 보인다.
능선 길에선 가끔씩 만나는 산행팀을 위해 길을 비켜주어야 한다.
어제까지 내린 비로 반죽이 잘 된 질펀한 길이라 걷기도 힘이 들지만,
그래도 이렇게 비좁은 산길을 걷는 재미는 다른 국립공원에선 얻기가 힘들다.
어느덧 무령산이 앞에 그 늠름한 자태를 보여주고 있다.
마치 용이 업드려 있는 듯 하다.
가는 길 앞쪽엔 삿갓봉이 구름장 밑으로 겨우 제 모습을 나타낸다.
무룡산에서 내려서는 계단길이 아주 잘 정비되어 있다.
역시 향적봉에서 남덕유 쪽으로의 길은 반대방향으로의 길보다 걷기가 훨씬 수월하다.
그래서인지 삿갓재 대피소에 예상보다 훨씬 손쉽게 도착한 기분이다.
날씨도 그렇고 바쁠 이유도 없어 아침 출발이 느긋했는데,
삿갓재 대피소를 출발하여 삿갓봉을 치고 오르는 가파른 길에서부터 몸은 달궈지기 시작한다.
삿갓봉에 올라 무룡산과 중봉을 찾아보지만 모두 구름 속에서 아련할 뿐이다.
다행스럽게도 남덕유산과 서봉쪽은 구름이 넘실대지만 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삿갓봉에서 내려서다 등산로를 벗어나 잠시 휴식을 취하며,
송계사쪽을 바라보니, 운해가 제법 아름다운 그림을 그리고 있다.
다시 남덕유를 바라보니 그 새 운해가 덮쳐온다.
월성재를 지나 가파른 산길을 오르다 보니 예쁜 모싯대가 쉬어가라고 손을 잡는다.
드디어 남덕유 정상.
하지만 향적봉쪽은 여전히 구름속에 숨어 있고,
정상엔 잠자리와 파리들만이 제 세상이다.
비에 젖었던 머리칼이 아침 햇살에 곱게 펴진 산오이풀을 바라보다,
남덕유 정상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길을 내려선다.
남덕유 정상에서 쉬고 있는 사이에 나를 추월한 부럽기만 한 젊은 친구들이 벌써 저만치 앞에 있다.
저 아래 교육원의 모습도 가까워 보이지만, 철계단 길이 엄청나게 가파라 내려서기에 고달프다.
발판에서 몸을 말리는 도마뱀들이 무척 많다.
역시 파리들도 많고.
너덜길을 다 내려선 숲속에선 망태버섯이 기울어진 자세로 스러져가며 안녕을 고하고 있다.
백제와 신라의 경계선 역할을 하던 덕유산 능선은 호젓하여 언제나 걷는 기분이 가볍운 곳이다.
육십령쪽으로 백두대간 길을 더 따라가고 싶기도 했지만 체력에 자신이 없어 다음으로 보류해 두었다.
진주까지 고속도로가 뚫렸는데도 불구하고 영각사 쪽은 여전히 교통이 불편하여 집까지 오는 길이 너무 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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